중산층까지 대거 포함되자 대상 축소… 대선 ‘1대 99 구도’ 기대강경파는 “부자감세 안된다” 반대… 5월까지 입법은 힘들수도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주요 패인(敗因)으로 종합부동산세를 꼽으며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대안 중에는 “과세 대상을 상위 1%로 축소해 부유세로 하자”는 내용도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유로 만들었던 종부세 성격을 부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수정해, 내년 대선을 ‘1대99′ 구도로 만드는 정치적 효과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 저항에 놀란 여당이 부동산 정책의 근본적 전환 대신, ‘소나기부터 피하자'는 정치적 계산으로 민생과 직결된 정책을 바꾸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올해 1월 기준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체의 3.7%인 52만4620호로, 약 79%(41만2970호)가 서울에 몰려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시지가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과세 대상도 늘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참패에 종부세 대상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22일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단지 인근에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5개 광역지자체장들은 지난 18일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지호 기자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광재 의원은 “대한민국의 상위 1%에 매겼던 세금이 종부세”라며 “그에 맞춰 과세 기준을 대폭 상향해 적용 대상을 줄여주는 게 현실이라고 본다”고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지난 20일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전국의 공시가 9억~12억원 아파트 약 26만 가구가 종부세 고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22일 부동산 정책 조정 기류와 관련, “원칙에 관한 부분은 허물어져서는 안 된다”면서도 “당에서는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중산층 부담 경감을 이유로 대고 있지만 정책 변화가 아닌 내년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접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종부세 부과 대상을 축소해 ‘1대99의 싸움’ 같은 구도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여당의 대선 주자들은 최근까지도 “부동산 안정을 위해 종부세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재·보궐선거 후 입장이 바뀌었다. 정세균 전 총리는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종부세는 부유세 성격을 갖고 있는데 부유세가 중산층으로까지 확장되면 세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했다. 그는 과거 국회에 출석해선 종부세를 두고 “세금 폭탄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고 했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사람에 대한 제재가 중요하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를 주장해왔지만, 최근엔 “집이 2채라도 실거주면 생필품에 준하는 보호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하지만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자 감세는 안 된다”는 반발도 커지고 있다. 당권 주자인 우원식 의원은 이날 “종부세 부과 대상은 전체의 3%인데 3%를 위해 나머지 국민에게 집값 잡기를 포기했다는 체념을 안겨드릴 순 없다”고 했다. 반면 경쟁자인 송영길·홍영표 의원은 종부세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의원은 “부동산 양극화 극복에 역행하는 부자 감세는 안 된다”고 했고, 호남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종부세 완화 주장에 솔직히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말들이 나왔다.정책위 관계자는 “종부세를 인하하면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고, 그대로 두면 새로 세금을 내게 되는 가구의 조세 저항이 커진다는 딜레마가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여당이 종부세 완화 공세에 굴복해 기존 정책을 후퇴시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친문(親文) 성향 권리당원들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종부세를 건들면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종부세법 개정안 발의에 동참한 일부 의원에게는 ‘문자 폭탄’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종부세는 매년 6월 1일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해 부과한다. 올해 종부세 감면을 위해선 늦어도 5월 중에는 관련 입법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지도부 공백 등으로 당장은 처리가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종부세 논의가 정치적 ‘선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김은중 기자 emailme@chosun.com] ▶ 조선일보가 뽑은 뉴스, 확인해보세요▶ 최고 기자들의 뉴스레터 받아보세요▶ 1등 신문 조선일보, 앱으로 편하게 보세요했다. 강한척 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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