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더불어민주당에 “약속대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절대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지방선거 패배 후 지도부 총사퇴 등 내홍을 겪으면서, 국회는 원구성 협상은커녕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진공상태’에 빠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뉴스1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진정으로 혁신을 하고 싶다면, 그동안 오만하게 휘둘러왔던 법사위부터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혁신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오만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법사위 장악을 통한 입법 폭주”라며 “법사위는 (민주당의) 날치기 사주 위원회, 즉 ‘날사위’로 전락했다”고 했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도 본지에 “(법사위를 내주지 않으면) 더 깊은 자멸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했다.역대 국회에서는 상호 견제를 위해 다수당이 국회의장직을 가져가면 소수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압승한 뒤 “안정적 국정 운영”을 명분으로 국회의장직과 법사위원장직을 모두 가져갔다. 이후 여론의 비판이 계속되자 민주당은 지난해 7월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다’고 합의했지만, 대선 패배 후 “야당이 법사위를 맡는 것이 관례”라고 다시 말을 바꿨다.그러나 법사위원장 결정을 위한 후반기 원구성 협상은 민주당의 내홍으로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21대 국회 후반기(2년)를 책임질 새 의장을 선출할 본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론 6·1 지방선거 결과와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연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당내 계파 싸움이 수습되지 않을 경우 협상이 기약 없이 길어질 수도 있다. 또 새로운 상임위가 구성되지 못해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도 잡히지 않고 있다.민주당 내 일각에선 민심 이반이 확인된 만큼 향후 협상에서 유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지선을 생각보다 더 많이 졌다”면서 “민심이 이렇다고 한다면 협상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힘겹게 멀어져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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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미국)=AP/뉴시스]지난2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샘스클럽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하고 있다.2022.03.09.[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러시아의 '돈줄'인 에너지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가 강화되며 러시아 대응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가 공급을 줄이거나 다른 구매자를 찾으며 대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단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에 합의해 향후 에너지 가격 안정 여부가 주목된다. 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EU는 지난달 31일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90%까지 줄이기로 합의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캐피털 마켓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는 "러시아의 대응은 분명히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00일이 된 가운데 국제 유가는 이번주 2개월 만에 12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CNBC는 러시아가 제재된 원유를 처분할 수 있을지 여부와 얼마나 팔 수 있을지 여부가 전세계적으로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EU 석유 수입의 약 36%가 러시아산이다. 오스트리아 빈 주재 미하일 울리야노프 러시아 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는 원유를 공급할 다른 수출처를 물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미 중국과 인도라는 유력한 원유 구매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산 석유를 할인된 가격에 사들이고 있으며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거의 수입하지 않았지만 최근 몇달 동안 구매량이 급증했다. 에너지 조사기관 케이플러에 따르면 러시아로부터 3월 1100만 배럴, 4월 2700만 배럴, 5월 2100만 배럴을 사들였다. 지난해 연간 1200만배럴을 사들인 것과 비교하면 급증했다. 중국도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급증한 1450만 배럴을 사들인 것으로 관측된다. 또 러시아는 재정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원유 생산과 수출을 줄일 수 있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 루크오일의 레오니드 페둔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석유 생산량을 최대 30%까지 줄여 가격을 인상하고 할인 판매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크로프트는 "매우 낮은 재고와 정제 능력 부족을 고려할 때 러시아의 선제적인 차단은 올 여름 매우 해로운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드워드 가드너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경우 올해 수출 감소 영향이 가격 상승으로 대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의 석유 생산 및 수출이 연말까지 약 20%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같은 러시아의 대응에 다른 국가들이 가격 안정을 위해 개입할 수도 있다. 우선은 OPEC플러스가 이날 7~8월 각각 하루 64만8000배럴씩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기존 방침보다 50% 가량 늘린 수준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가 안정을 위해 이달 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U의 제재 조치와 향후 수요 전망을 고려할 때 증산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스티븐 이니스 SPI애셋매니지먼트 매니징 파트너는 "중국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EU 제재로 인한 공급 하방 위험에 비해 증가 폭이 너무 작다고 본다"고 했다.조지워싱턴대학의 호세인 아스카리 교수는 "유가는 단기간에 하락하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 제재 여파는 몇 년 동안 느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