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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장례 문화에 남은 일제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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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9-04-10     조회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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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등급의 견직물을 수의로 사용하도록 성종 5년에 만들어진 국조오례의와 비단과 명주를 금지하고 삼베 수의를 입도록 한 조선총독부 의례준칙.

현재 가장 많이 선택하는 수의인 삼베는 과거 천민이나 노비, 죄수가 입었던 직물이다. 삼베는 가난한 백성들이 우리나라 전통수의인 비단을 마련할 여건이 되지 않을 때 썼다. 그리고 본래 삼베는 고인이 아니라 고인의 가족이 입는 상복으로 쓰였다. 유가족이 죄인이라는 뜻으로 거친 삼베를 입은 것이다. 그러다가 1934년 일제가 ‘의례준칙’을 규정해 비단 수의를 금지하고 포목(布木 : 삼베와 무명)으로 수의를 마련하게 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수의(壽衣)가 아니라 수의(囚衣) 즉 ‘죄수의 옷’을 뜻하는 옷을 고인에게 입혀 장례를 치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수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의례준칙을 만들어 삼베수의를 입도록 강제한 데에는 몇 가지 노림수가 있었다. 첫째는 민족전통 말살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을 짓밟고 없애야 그들이 원하는 황국 식민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소위 사회 교화 자료를 통해 철저히 우리의 우수한 전통을 말살하려 했다.

둘째는 경제 수탈이다. 일제는 군국주의를 앞세워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1937년에는 중국을 침략해 중일전쟁을 시작했다. 그 뒤 이어진 제2차 세계대전의 주축국이 된 일본은 막대한 전쟁자금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비단은 물론 우리나라의 금·은·동·철과 같은 광물과 누에고치 그리고 심지어는 숟가락과 젓가락, 밥그릇까지 닥치는 대로 수탈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다.

셋째는 항일의지를 꺾기 위해서였다. 일제는 삼베를 장려해 삼베의 원료인 대마를 재배하게 함으로써 조선인들이 자연스럽게 대마초에 빠져들도록 했다. 그들은 우리 민족을 망가뜨려서 나라 잃은 설움과 고된 일상을 망각하도록 만들었다. 항일의지를 꺾어 영원히 식민지배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일제가 이렇게 간악한 의도로 삼베수의를 입으라고 강제한 것이 1934년이다. 8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장례의 주권을 찾지 못하고 소중한 가족을 마땅한 장례 예복으로 모시지 못하고 있다.

성종 5년 ‘국조오례의’가 정한 우리의 수의는 비단이나 명주 또는 모시와 무명이다. 혹자는 전통이라고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고 반론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삼베수의만큼은 오도된 역사가 명백하므로 지금이라도 분별 있는 판단을 해야 한다.

일제강점기의 수의 ‘삼베’

삼베를 수의로 쓰기 시작한 것이 일제강점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정부가 삼베를 수의로 지정한 뒤 대부분 장례에서 고인의 수의로 삼베를 사용하고 있다. 참 부끄럽고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조선시대에도 고인에게 입히지 않았던 옷을 소중한 가족에게 입힐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제부터라도 잘못된 일제의 잔재는 청산하면서 기독교 장례문화를 이 땅에 뿌리내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장례식이 되도록 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줄 믿는다.



전상헌 목사(기독교장례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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