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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를 상회하는 고물가와 급격한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미 월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소비뿐 아니라 주택시장과 제조업 부문에서 부진을 나타내는 지표가 연달아 발표되면서다.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실시간으로 미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집계하는 'GDP 나우 추적기'는 이날 2분기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0%로 예상했다. 이달 들어 1일 1.3%, 8일 0.9%였던 기존 전망치보다 낮아진 것이다. 올해 1분기 미국 실질 GDP 증가율이 -1.5%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통상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된다.특히 애틀랜타 연은은 미국 GDP에서 70%가량을 차지하는 소비도 악화될 것으로 봤다. 지난달 19일 4.8%를 나타냈던 애틀랜타 연은의 2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 전망치는 이달 2일 3.4%로 하락한 데 이어 이날 2.6%까지 주저앉았다. 지난 1분기 3.1%를 기록했던 PCE 물가지수 증가율이 2분기에 후퇴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이는 미 1분기 GDP 발표 당시 향후 소비활동이 살아나며 2분기 GDP 성장률이 회복될 것이라고 봤던 월가 일각의 예상과 다른 전망이다. 5월 미국의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0.3% 줄어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미국 경제에 드리워진 암운은 제조업 부문에서도 확인된다. 이날 필라델피아 연은은 관할 지역 제조업 활동 지수가 -3.3로, 전달의 2.6에서 하락했다고 밝혔다. WSJ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4.8을 크게 밑돌았으며, 해당 지수가 마이너스로 추락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팬데믹 이후 풍부한 유동성으로 호황을 맞았던 주택시장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아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미국 상무부는 5월 주택 착공 건수가 전월보다 14.4% 급감한 155만건(연율)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년여 만의 최저치다. 향후 주택시장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신규 주택 허가 건수도 전월보다 7% 감소한 170만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뛴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WSJ는 이날 미국의 대형 주택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을 인용해 30년 만기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평균 5.78%를 기록해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주요 부문의 급격한 둔화로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없거나 이미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바스티앵 마크마옹 인더스트리얼 얼라이언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이미 경기 침체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것이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라며 "몇 분기 동안 GDP 성장률이 0%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요아힘 클레멘트 리버룸캐피털 전략가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건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움직임을 근거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85%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투자 전문가들은 당분간 뉴욕 증시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현금 보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투자 회사인 샌더스모리스해리스의 조지 볼 회장은 마켓워치에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주가) 상승 움직임은 '안도 랠리'에 불과하다"며 "똑똑한 투자자라면 당분간 현금 비중을 10~20%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이날 AP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가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각종 경제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연준의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17일 연준이 주최한 달러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행사 개회사에서 "물가 안정에 대한 연준의 강력한 의지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달러에 대한 광범위한 신뢰에 기여한다"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저와 동료들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는 데 몹시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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