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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방차 872대 밤새 어둠을 뚫고 고성으로 / 역대 최대 규모 /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든 소방관들 / 소방대원 3251여 명 긴급 투입…‘진화 총력’ / 소방관의 투혼…산불현장 곳곳을 누비며 진화작업 / 시뻘건 불길 속 ‘영웅들’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속초 시내까지 확산된 지난 5일 치솟는 불길 속으로 뛰어든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생각할 틈이라도 있었나요? 무조건 달려가야죠. 다 같은 심정이 아닐까 합니다. 명령에 따라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지난 4일 오후 7시17분쯤 강원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삽시간에 인근 속초까지 덮쳤다.

초속 20∼30m에 이르는 역대급 강풍에 불길은 1시간에 5㎞씩 번져 나갔다.

이 같은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산불로 고성과 속초 일대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타들어 집터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강원 고성과 속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를 위해 전국에서 소방차 872대가 투입된 가운데 5일 오전 전국에서 출동한 소방차들이 양양고속도로를 통해 밤새 강원도로 달려가고 있다.

강원도 일대를 뒤덮은 시뻘건 화마는 전국의 소방관들을 끌어 모았다.

소방청은 산불 발생 1시간 만에 속초 도심까지 번지자 화재 대응수준 3단계를 발령해 전국에서 소방차 출동을 지시했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와 인천, 멀리 충남·북과 경북, 세종, 대전 등에서 가용할 수 있는 소방차량과 인원의 절반 이상이 동원됐다.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속초 시내까지 확산된 지난 5일 소방차가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모두 872대의 소방차와 3251명의 소방관이 강원도로 행했다.

단일 화재에 대해 관할 지역이 아닌 다른 시·도에서 소방력을 지원한 것으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다.

출동 명령이 떨어지자 전국 각지에서 소방차들이 강원도로 향했다. 강원도를 향하는 양양고속도로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뚫은 소방차들로 가득 찼다. 빨간 불빛의 소방차 행렬이 이어졌다.

사이렌을 따라 고성과 속초 곳곳에 진화 인력이 긴급 ‘수혈’됐다.

전국 각지에서 출동한 소방관들은 피곤함을 잊은 채 현장으로 달려가 몸을 사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진화 작업을 벌였다.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속초 시내까지 확산된 지난 5일 소방관들이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를 화마로부터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국에서 출동한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진화에 나섰다.

실제로 지난 5일 오전 속초시 교동에서 화염에 휩싸인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로 달려간 소방관들이 그랬다.

연기와 검은 재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LPG 충전소에서 소방관들은 산불 저지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당시 거센 바람을 타고 산불이 맹렬히 번져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바람에 LPG 충전소를 위협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당국은 소방차 4대와 소방관을 동원해 충전소로 불씨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안간힘을 최선을 다했다. 현장 곳곳에서 ‘펑펑’ 하는 폭발음까지 들려 안전이 우려되는 실정에도 소방관들은 현장을 끝까지 지켰다.

소방관들은 호스로 연신 물을 뿌리고 이리저리 뛰어봤지만 거대한 산불을 물리치기는 힘겨운 실정이었다.

충전소 관계자도 소방관들의 사투를 지켜보면서 혹시나 불길이 가스탱크를 덮칠까 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강원 고성과 속초에서 치솟는 불길 속으로 뛰어든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결국 그렇게 소방관들은 힘겹게 불길을 잡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 속으로 뛰어든 소방관의 뒷모습에서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방관들이 두려움을 잊고 불길 속으로 몸을 던진 덕에 가스관은 폭발을 면했다.

앞서 한국가스공사는 전날 오후 11시45분부터 이들 지역에 있는 9개의 LPG 충전소와 17개 판매소에 대한 가스 공급을 차단한 바 있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만난 한 소방관은 “이런 산불은 저도 처음 봅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불이 안 무섭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고요”라며 “다만 우리가 조금 더 빨리 달려왔어야 했다는 안타까움이 앞섭니다”라고 아쉬워했다.

함께 있던 동료 소방관은 “몸이야 피곤하죠”라며 “우리보다 이곳 주민들이 더 고통 받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라고 주민 걱정부터 했다.

아울러 “힘든 기색보다 주민들을 위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5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의 한 야산 일대에서 방화복을 입은 서울 은평소방서 소속 대원들이 늦은 밤까지 잔불 제거 작업에 여념이 없다.

게릴라식 잔불 때문에 밤새도록 쉴 틈이 없었다.

큰 불길은 잡았지만, 이후에도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 화재는 이어졌다.

다급한 주민들의 신고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쉴 틈 없는 소방관들은 어둠을 뚫고 뛰어다니면서 산불현장 곳곳을 누비며 진화 작업에 나섰다.

속초=글·사진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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